블로그 이미지
재즈-팝 밴드 '콰이엇톤(QuietTone)'의 기타리스트 곽호일 블로그입니다. 곽호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62)
음악과 이야기 (130)
곽호일 연주 (18)
곽진원(곽호일 쥬니어)의 그림세계 (8)
임시보관함 (2)
Total
Today
Yesterday


어느 작가는(아마 김훈이었을게다) 자신의 글이 땀이나 고름처럼 자기 몸에서 자연히 흘러나오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김훈 특유의(그 말을 한 사람이 김훈이 맞다면) 비장한 수사로 치장된 말이기는 하겠으나 대략 그 의미에는 일정부분 공감한다. 나 또한 글을 쓰거나 연주를 할때 이것이 나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를 바라곤 한다.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써보겠다고 메모장 프로그램을 열었을 때 갑자기 펼쳐진 휑한 하얀 화면이 보여주는 공간감에 막막하거나 여러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모종의 소리들로 주어진 시간을 감당해야 할 때면 그런 바램이 더욱 절실하다.

오늘도 그랬다. 몇일전 서울시내 모 대형서점에서 재즈음반 소개하는 책을 뒤적이다가 빌 에반스와 짐 홀의 듀오음반에 대한 글을 보았다. Undercurrent 에 대한 글이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오랜만에 이들의 연주가 참 그리웠고 오늘 아침 문득 그날 생각이 나서 컴퓨터 음악폴더에서 몇년만에 찾아 듣던 중, '카페에 올려야지..' 하는 장한 결심에까지 이르렀는데...막상 잡글이나마 몇줄 쓰려고 메모장을 클릭했더니 갑자기 막막해져 한동안을 음악만 재생시켜놓고 하얀색 화면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예전에는 피아노와 기타의 듀오는 어지간해선 잘 시도되지 않는 컨셉이었다. 주로 연주하는 음역대가 비슷한 까닭도 있겠고 악기 상호간 화성적 충돌도 어느정도는 기피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얘기일테고...내가 파악하는 관점에서 보건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가 정답일 것이다. 음역대야 어느 악기는 안비슷한가? 화성적 충돌이라니?? 둘 중 어느 한사람은 코드 안치면 충돌 안할 거 아닌가! 그러니까 피아노와 기타 듀오가 잘 시도되지 않는 건 그냥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시도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요샌 많이들 한다. 특히나 클래식 하는 사람들은 국내에서도 가끔 하더군.

위에서 Undercurrent 얘기를 했는데, 지금 재생되고있는 노래는 그 음반에 수록된 노래는 아니다. Undercurrent 의 반응이 워낙에 괜찮았던지라 짐 홀이 빌 에반스를 꼬드겨 비슷한 컨셉의 음반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음반 제목은 Intermodulation 이다. 아마 Undercurrent 만큼 재미를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그다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오늘의 음악은 Intermodulation 중 머릿곡 I've got you under my skin 이다.

'음악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안 썸머  (0) 2011.07.06
Early Morning Attitude  (0) 2011.06.27
All the things you are 레슨 중 녹음  (0) 2011.04.30
Invention  (0) 2011.03.26
낭만적 밥벌이  (0) 2011.02.24
Posted by 곽호일
, |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